Spiritual Writing2(2004-2007)

大 레오의 사순절 설교 묵상-22 "세례의 두가지 은총"

Povi-Enuh 2012. 3. 22. 05:48
大 레오의 사순절 설교 묵상-22
세례의 두가지 은총


이 시기에 악마의 일들을 멸하는 저 신비에서 동떨어진 채로 있어서는 안됩니다. 온 교회가 죄사함을 받고 기뻐하는 것이 바로 빠스카 축제의 특성입니다. 이 죄사함은 성스런 세례로 새로 태어나는 이들뿐만 아니라 이전에 이미 하나님의 양자의 몫에 든 이들에게도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새 사람으로 태어나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재생의 목욕 입니다. 그렇지만 사멸할 인간 본성에 붙어 있는 녹綠을 제거하기 위해 매일 자신을 쇄신하는 일은 모든 이에게 과제로 남아 있으며, 또 성화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항상 더 개선되지 않아도 될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에 구원의 날에 옛 악습들을 그대로 지닌 채로 나타나지 않도록 모두 힘써야 합니다. <大 레오>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은 이들이 지녀야할 가장 큰 의식은 이후로는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그리스도와 함께 살겠다”
는 것입니다. 초대교회 성도들에게 있어서 그리스도 안에서 나누는 교제κοινονια란 단순한 유희를 공유하는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목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귐을 뜻합니다. 특별히 세례는 그 자신의 결단임과 동시에 공동체의 결단입니다. 세례 받는 이들은 그동안 준비했던 자신의 신앙적 결단을 통하여 공동체 안으로 들어가고 공동체는 새로이 들어오는 신자를 감격스럽게 맞이하여 이후로는 그와 함께 죽어도 좋다는, 다시말하면, 그와 그들은 이제 공생共生이며 공사共死의 관계가 됨을 의미합니다. 알베르 까뮈 가 그의 책 [오해]의 말미에 “아무도 없는 세상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입니다”라고 한 말을 생각해 볼때,
세례 받은 이들은 이제 서로에게 ‘존재해 줌’으로써 서로를 살려주는 관계가 되는 것입니다. 폭압적이며 살인적인 핍박이 행해지던 때였음을 생각해보면, 그 세례의 현장은 얼마나 비장했고, 얼마나 감동적이었을까요? 그 누구라할지라도 쉽게 믿을 수 없고, 믿어서도 안되는 핍박의 상황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형제요 자매가 될 수 있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허락하신 구원의 은총에 버금가는 또 다른 은총일 것입니다.

중국의 문화혁명이 발발했던 때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홍위병이 교회의 문을 폐쇄하고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리 가 버려. 이제 교회는 없어!” 그 말을 들은 한 소년이 그에게 이렇게 대답합니다. “무슨 소리에요. 이제 교회가 없다니요? 내가 바로 교회입니다” 이 소년이 이렇게 대답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세례를 받은 순간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산다는 자의식을 갖게 되었으며, 이후로 그 자신이 그리스도께서 세워주신 또 하나의 교회가 되어 그 안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해방의 영으로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세례의 은총은 또한 해방의 은총입니다. 인간을 구속하는 그 어떤 세력이라할지라도 그를 묶어 놓을 수 없기에 물과 성령으로 거듭나는 그의 삶은 그 누구에게도 담대할 수 있는 믿음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삶도 이와 같아야 할 것입니다. 세례를 준비하는 이 사순절에 깨달아야 할 두가지 은총은
공동체로서의 은총 이며, 해방의 은총
입니다. 공동체로서의 은총을 사는 우리들은 서로의 조력자가 되주어서 연약할 수 밖에 없는 피차간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어야겠습니다. 또한 악한 기운은 다른 곳에서 우리를 공략하는 것이아니라, 바로 우리의 본성에 촉수를 뻗치려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해방되어야 하는 대상 가운데 가장 으뜸은 우리 자신임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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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으니 또한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라고 믿습니다.

그것은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신 그리스도께서 다시는 죽는 일이 없어
죽음이 다시는 그분을 지배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단 한 번 죽으심으로써 죄의 권세를 꺾으셨고
다시 살아나셔서는 하나님을 위해서 살고 계십니다.
이와 같이 여러분도 그리스도 예수와 함께 죽어서 죄의 권세를 벗어나
그와 함께 하나님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십시오.
그러므로 결국 죽어 버릴 육체의 욕망에 굴복하지 마십시오.
그래야 죄의 지배를 받지 않을 것입니다.
또 여러분의 지체를 죄에 내맡기어 악의 도구가 되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오히려 여러분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사람으로서 여러분 자신을 하나님께 바치고
여러분의 지체가 하나님을 위한 정의의 도구로 쓰이게 하십시오.
여러분은 율법의 지배를 받는 것이 아니라 은총의 지배를 받고 있으므로
죄가 여러분을 지배할 수 없을 것입니다.
[로마서 6장8-1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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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