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ual Writing2(2004-2007)

大 레오의 사순절 설교 묵상-6 "우리 경험"

Povi-Enuh 2012. 3. 21. 12:33
大 레오의 사순절 설교 묵상-6
우리 경험


그러므로 자비심에서 나온 행적은 우리의 기쁨이 되며, 영생을 위해 먹는 그 양식들로 우리는 충만하게 될 것입니다. 가난한 이들이 우리의 경비로 식사하고 배부르게 되는 것에 기뻐합시다. 우리가 헐벗은 이들에게 필요한 의복을 주어 그들이 입게 될 그 옷들에 대해서도 기뻐합시다. 마음이 관대한 사람이라면 아무도 적게 바치지 않을 것이며, 자비나 동정심의 정도는 재물의 분량에 달려 있지 않습니다. 물론 부유한 이들이 더 많이 바치고 넉넉지 못한 이들은 적게 바치겠지만, 선행을 하는 이들의 사랑이 동일하다면 그 행위의 결실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大 레오>


제레미 리프킨 의 지적처럼 인간이 사유재산을 인정하고 그것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은 ‘안정’security을 추구하는 욕구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리고 안정을 추구하는 인간은 침범 받지 않는 사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금을 긋고 담을 세워 안과 밖의 경계를 분명히 해 나감으로써 만족합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바로 이러한 사유 재산을 추동력으로 성장해 왔으며 그 끝이 어디인지 모르게 지금껏 달려왔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담벼락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오히려 인류는 원치 않는 불안으로 떨고 있습니다. 어린 아이가 마음 놓고 뛰어 놀 공간 대신에 위험천만한 도로와 주차장이 생겨나고, 가족이 붕괴되고 사람 사이의 신뢰와 유대감이 사라지며, 사회 환경은 물론이고, 전지구적 환경이 파쇄되어가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저만의 무쇠낯짝으로 ‘우리’를 갉아먹고, ‘우리’를 몰아세운 이들은 득의양양하고 있지만 ‘나’를 버려 ‘우리’를 살리려했던 익명의 독립투사들의 후손들은 빈곤의 경계 초병으로 묶여있는 대한민국의 극단적 예가 아니더라도 ‘우리’ 언명은 대책 없는 책상물림으로 폄하될 수밖에 없는 사회가 바로 지금의 세상이라는 것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이라 할지라도 그리스도인들은 공동체를 잊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오직 공동체로서 존재하며, 이로써 ‘나’의 의미는 밝히 드러납니다. 그리스도인들의 공동체에는 또한 경계가 없습니다. 이 세상 그 어느 누구라 할지라도 한 공동체로 품에 안을 수 있는 분이 바로 그리스도이시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마더 테레사Mother Teresa
는 무척 의미있는 말을 하였습니다.

“우리는 부자를 판단할 권리가 없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계급투쟁class struggle이 아닌 계급간의 만남class encounter,
즉 부자가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해 주고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를 구제해 주는 그런 만남의 사회를 원하는 것 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 앞에서는 우리 모두가 회복되어야 할 공동체의 구성원들입니다.
성 프란치스코 의 말대로, 하나님의 눈으로 볼 때 우리는 모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하나의 존엄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각자가 현재 지니고 있는 조건과 상황은 서로를 공격하고 끌어 내릴 무기가 아니라 서로간의 치유를 위한 요긴한 도구입니다.


무산계급이었던 예수께서 저 혼자 ‘올라 서’ 있는 삭개오를 ‘내려오라!’ 불러주시고, 그와 함께 평등한 공동 식탁에 앉아 다순한 마음으로 그의 말을 경청해주셨던 것은 계급간의 만남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똑똑히 보여주신 것입니다. 이러한 서로간의 치유에 있어 주님은 우리를 프론티어로 세우십니다. 마음에 가라앉은 앙금을 걷어내고 제2의 삭개오를 부르러 가라 하십니다. 소유를 위해 달려왔던 억센 과거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를 살피고서
‘우리 경험’ 의 기쁨을 맛보라 부르십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구체적으로 하라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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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형제 여러분, 여러분은 우리 주님이신 영광의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있으니
사람들을 차별해서 대우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성경 말씀에 따라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최고의 법을 지킨다면 잘하는 일이지만,
차별을 두고 사람을 대우한다면 그것은 죄를 짓는 것이고,
여러분은 계명을 어기는 사람으로 판정됩니다.
[야고보서 2장1절,8-9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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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