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ual Writing2(2004-2007)

大 레오의 사순절 설교 묵상-8 "세상 속 이 길에서"

Povi-Enuh 2012. 3. 21. 12:41

大 레오의 사순절 설교 묵상-8
세상속 이 길에서


사실 어떠한 현혹에도 전혀 동요되지 않고 어떠한 원욕에도 전혀 자극을 받지 않는 다는 것은 온통 유혹들로 가득 차 있는 현세생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죄를 쉽게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교만입니다. 복된 사도 요한이, “우리가 죄없다고 말한다면 우리 자신을 속이는 것이며 우리 안에는 진리가 없습니다“라고 말씀하신 바와같이 그런 생각 자체가 죄이기 때문입니다. <大 레오>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에 따라 선하게 지음을 받은 우리는 이 세상을 사는 지난한 과정에 있어 예기치 못한 죄악의 모습을 닮아가곤 합니다. 이는 바울 사도의 고백에서처럼, 우리 안에 원치 않는 마음이 스며들어 사로잡아 허수아비 팔에 앉아 있는 참새마냥 우리를 비웃고 있는 것과 같은 모습입니다. 세상은 인간의 사밀한 구석까지도 내버려 두지 않으며, 비교 우위를 점령하기 위한 손짓으로 우리를 부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세속에서 떠나 고독의 수행을 하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던 것은 속세를 떠난 한적한 곳에서 규율과 수행의 시간으로 오직 하나님만을 품기를 꿈꾸어 왔던 이들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이 한결같이 고백하는 것은, 그곳에도 세속의 여울은 여전하였는데, 상처와 용서가, 다툼과 화해가, 그리고 선과 악이 악어새 마냥 공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보장된 자유함이나 완전한 선을 위한 시/공이란 따로 존재하지 않음을 말합니다. 라인홀드 니이버의 명저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의 서제가 의미하는 것처럼, 어떤 인간이건 ‘사회성’이라는 산마루에 서서 여우바람을 피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감히 생각해봅니다. 우리가 서있는 이 산마루는 도리어 그 자체로 우리를 위해
예비된 성화聖化의 자리 가 될 수 있다고 말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광야에 머물렀으나 예수께서는 갈릴리로 가셨던 것처럼, 님만 홀로 가신 것이 아니라 제자들을 데리고 함께 가셨던 것처럼, 예수께서는 우리가 있어야 할 곳은 사람이 있고, 죄가 있는 곳임을 몸소 보여주십니다. 바리새인들은 죄를 멀리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였지만, 우리 주님께서는 도리어 자기만의 의義에 만족하며 사는 이들에게 경고하셨습니다.

주님을 따라가는 사람들은 유혹을 두려워하거나 애써 외면하지 않습니다. 죄가 많겠지만, 그보다 주님의 은총은 더욱더 창연蒼然할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하기에 주님을 따라가는 사람들은 내가 ‘나’로 사는 바로 이 터에서 하나님 은총으로 햇빛촌을 이루며 사는 용기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초밤길을 걷듯 마냥 어둡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세상 속 이 길
은 이미 주님이 걸으신 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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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러분에게 쓴 편지에서 음란한 사람들과 사귀지 말라고 했지만,
음행이나 탐욕이나 약탈이나 우상숭배를 일삼는 이교도들과
전혀 사귀지 말라는 말은 아닙니다.
그렇게 하려면 여러분은 이 세상 밖으로 나가야 할 것입니다.
[고린도전서 5장9-10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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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