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ual Writing2(2004-2007)

大 레오의 사순절 설교 묵상-27 "온전케 하시는 주를 따라"

Povi-Enuh 2012. 3. 22. 06:17

大 레오의 사순절 설교 묵상-27
온전케 하시는 주를 따라

주님의
수난에 동참하는 사람은 약속된 복락에 대해 확실하고도 안전한 기대를 가질 수 있습니다. 친애하는 여러분, 시대적 여건 때문에 이러한 영광에 동참할 수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안정되고 평화로운 시대라 해서 덕을 닦을 기회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大 레오>


우리는 예수님의 수난에 동참하려는 마음으로 사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순절이 우리를 흔들려는 그 무엇으로부터 절연한 결단과 참여의 시기인 것은 이 세상으로 들어오신 그분께서 우리 삶의
모법母法 이 되시기 때문입니다. 모태가 되는 그리스도의 생명의 법은 이 세상의 어떠한 법에도 얽매이지 않으며 도리어 모든 법을 준수할 수 있는 근거가 되어 줍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의 법을 준수하지만 그 법에 속한 사람들은 아닙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생명의 법이 주는 구원의 자유함을 누리면서 이 세상이 하나님의 법에 역행하지 않도록 주시하며 깨어 있어야하는 존재들입니다.

그래서 역사 이래로 세상 속에 거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이 세상에 맞서 싸웠던 그리스도의 제자들이 있어왔습니다. 가렴주구苛斂誅求의 독재에 저항하며 온 몸으로 싸웠던 이들도 있고, 선교를 위한 피의 제사를 드린 이들도 있었습니다. 또한 가난한 이들을 위해 다순한 섬김의 정신으로 살다가 그들과 함께 생을 마감한 이들이 있었고, 일상속에서 자신이 져야할 십자가의 길을 묵묵히 준행함으로써 세상 속에 큰 빛이 일어날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한 수없이 많은 무명의 그리스도인들이 존재합니다. 이런 이들을 떠올릴 때면, 우리는 한없이 벅차오르는 숭고한 마음을 품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도 그들처럼 제자로서의 반열에 들어서기를 희망하며 그러한 삶을 가능케했던 그들의 불꽃같은 정신을 흠모하게 됩니다.

그들은 우리와 무엇이 다르기에 그토록 아름다운 인생으로 살 수 있었을까요? 그런 삶을 살 수 있었던 특별한 조건이라도 있었을까요? 우리는 이런 물음을 던지게 될 때마다 생각의 사슬을 스스로 끊어버리곤 합니다. ‘지금의 내 모습이 어떻게’라는 자책 아닌 자책을 던지면서 거룩한 성도의 반열에 들기를 주저하며 옴짝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 안에 분명한 한 가지 의식이 깊이 새겨질 수 있다면, 그들은 단순히 우리의 부러움의 대상이 아닌 ‘가능태’로 맞이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인식이란
‘그리스도인의 삶은 자기 포기에서 시작된다’ 는 진리말고 또 무엇일까요.

자기를 포기한다는 것은 내 안에 들어선 현란한 마음을 비우고 오직 그리스도로만으로 채워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 안에 충만하게 되면 우리 안에 태초에 불었던 바람이 불것이고, 그 바람은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고 어떻게 해야하는지 일러주실 것입니다. 또한 자기를 포기한다는 것은 섣부르거나 무모한 행동이 아닙니다. 역설적이게도 자기포기는 ‘진정한 자기애’에서 비롯되어지기 때문입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자기 자신이 되지 않고서 자기포기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독일의 수사 안셀름 그륀Anselm Grün이 지적한 것처럼,
“참 고행은 육신을 업신여기는데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육신을 존중하는 데서 비롯된다“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 길이 외롭고 척박하지만은 않을 것은 그 길은 그 님이 먼저 걸어가신 길이었고, 이미 그 길을 따라 간 수많은 이들의 발자욱이 이정표가 되어 주고 있음이며, 먼저 간 이들이 젯밥이 아닌
소담한 성찬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앞에 놓여진 소담한 성찬위에 손을 얹고, 함께 아팠던 상처를 나누면서 잔잔하고도 진한 기쁨의 찬미를 부를 수 있도록 길을 걷는 우리의 마음이 올곧게 자라나야 하겠습니다.

■■■■
멀리서 나를
꽃이 되게 하는 이여
향기로 나는 다가갈 뿐입니다

멀리서 나를 별이 되게 하는 이여
눈물 괸 눈짓으로 반짝일 뿐입니다

멀리서 슬프고
슬퍼서 흠도 티도 없는
사랑이여

죽기까지 나
향기 높은 꽃이게 하여요
죽어서도 나
빛나는 별이게 하여요


- 멀리 있기 / 유안진 -

■■■■

<2004.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