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ual Writing2(2004-2007)

소중한 일부터

Povi-Enuh 2012. 3. 22. 06:58
소중한 일부터

빠르고 복잡해지는 생활 속에서 성공하는 시간관리의 핵심은 바쁜 일들을 우선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덜 급하나
소중한 일부터 먼저 하는 것입니다. 빨리빨리 바쁘게 살고 열심히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빠른 길은 방향을 바로 잡아나가는 것입니다. 삶은 시간이기에 한정된 인생을 잘 산다는 것은 삶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부터 먼저 하는 거겠지요. 여유가 생기면, 준비만 갖추면, 언젠가는, 하면서 자꾸 미루다간 영영 못하고 맙니다. 시간은 흐르고 모든 것은 변해가서 차츰 몸도 의지도 다 빛바래가고 맙니다.

그게
인생
입니다
그게
시간
입니다

이렇게 시간이 쫓기고 망쳐지면서 돈과 여유를 아무리 추구해봐도 결국은 아무것도 아니고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내 한 생의 겉돌기를 멈추고 곧장
삶의 핵심으로
들어갈 순 없을까요.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그 일을 지금 이대로 바로 시작할 순 없을까요.

그대와 내가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하곤 합니다. 우린 돈도 학벌도 신분도 조건도 다 제치고 오직 사람 하나 보고 맑은 눈빛 하나 보고 곧장
서로의 존재 깊은 곳
으로 파고들었지요 참 맑고 뜨거웠지요. 우린 세상의 가장 낮고 그늘진 현장에서 기다림 하나 키우며 살기로 했지요. 그 약속 그 사랑으로 우리 여기까지 함께 와 있지요. - 박노해 -


오래 전 가르쳤던 제자가 결혼, 직업, 그리고 신앙에 대해 갈등하고 있다고 말을 걸어왔습니다. 직업을 갖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물었고, 그것은 결혼과 어떤 관련이 있으며 또한 우리의 신앙생활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통상적으로 그에게 말해 줄 수 있는 말들이 생각이 났지만, 웬지 섣부른 말보다는 그의 말을 더 들어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는 자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입을 모아서 얘기하는 것이 결혼할 상대의 조건을 보라는 말이었다고 합니다. 그 조건이라는 것은 지금 그가 하는 일을 뒷받침 해줄만한 재력이 있는지, 그가 하는 일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인지 등등을 총괄하는 조건이었습니다. 결혼 생활을 하다보면 사랑이란 건 별로 의미가 없어지고, 흔히들 말하듯이 정 때문에 살게되기 마련이라는 얘깁니다. 그래서 조건을 보지 않고 사랑만으로 결혼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지한 것인지를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그의 귀에 박히도록 얘기를 해 주었던 것입니다. 제가 과연 그런 물음에 답해줄 수 있는 사람인가 하는 의구심을 스스로 안고서 조심스레 말을 꺼냈습니다.

원론적인 얘기인 것 같지만, 우리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가를 물었습니다. 신앙인들의 삶의 목적은 우리 안에 심겨진 하나님의 형상을 제대로 보아
성화聖化 혹은 신화神化
를 이루는 것이 목적입니다. 다시말하면 예수께서 하나님과 하나되셨듯이, 우리도 하나님과 하나된 삶을 사는 것이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날때까지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신앙인들은 그런 과정으로, 혹은 그런 도구로서 직업을 선택하고, 만날만한 사람을 만나 결혼도 하는 것이며, 사람과의 관계도 그럴 때에 더 빛날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다른 목적을 두고 그것에 만족할만한 결혼 상대를 찾고, 일을 찾는다면 그 일에 있어서 성공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삶의 성공이라 볼 수는 없습니다. 결혼이나 직업은 단순히 자신의 욕구나 만족감을 채워주는 대상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서
자신의 인생을 완성해나가는 중요한 도구
가 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용돈’money for current use을 버는 것일 수 없습니다.
도올 김용옥 선생이 야구 선수는 야구를 하면서, 환경 미화원은 환경 미화를 하면서, 전업주부는 살림살이를 통해서, 그리고 본인은 학문을 하면서 자신을 완성해간다고 말한 바 있듯이 저마다가 선택하고, 또 주어지는 직업이란 것을 ‘돈벌이’로만 생각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또한 로렌스 수사
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수도회에서 가장 영성이 깊은 사람은 자신도 아니요, 더 유명한 수도사도 아니며, 다름아닌 주방장이었다고 말하였습니다. 그 주방장은 자신이 하는 손놀림 속에서 하나님의 움직임을 볼 수 있는 사람이었으며, 그릇을 닦는 노동을 반복하는 것이 오히려 오랜 기간의 기도보다 더 하나님을 만나는 좋은 방법이었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신앙은 우리의 일상과 분리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선택하는 매순간 하나님의 신비를 체험하며, 성화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는 것입니다. 특별히 그것이 직업이고, 그것이 결혼의 문제라는 점에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지 않겠습니까?
박노해 시인에게 있어서 [삶의 핵심으로 들어가는 것][서로의 존재 깊은 곳으로 파고 드는 것]과 분리되지 않는 까닭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소중한 일을 깨닫고 행할 수 있는 정도定道이며, 그 길을 걷는 이들은 그들에게 복주시고 함께 해주시는 하나님의 친밀한 사랑으로 인해 감격하는 나날이 될 것입니다. <2004.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