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라는 맘의 나라다

하늘나라는 너희 안에 있다 하신 그 나라는 맘의 나라다. 안이란 맘이다. 맘의 나라는 없음의 나라다. 안內이란 모든 것이 다 아니否인 것이다. 아무것도 아니 가진 때가 맘이요, 그때가 왕이요, 그 맘이 온전히 왕 노릇하는 맘, 즉 제 노릇을 하는 맘이다. 무엇에 붙은 맘은 맘이 아니다. 맘이 제 노릇을 하면 그것이 평안이다. 불평은 맘대로 아니 되기 때문이요, 맘대로 아니 되는 것은 맘이 주장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주장하는 것이 있는 한, 맘 제대로는 못한다. 주장은 곧 잡힘이다. 당김이 곧 끌림이다. 맘대로는, 맘이 주장을 내버린 때에야 있다. 그것이 자유다. 무엇을 하는 것은 내 맘대로 하기 위해서이나 무엇을 하면 나는 잃어버린다.  -  함석헌 -


하나님 나라는 우리의 머리로 ‘생각’해서 만들어낼 수 있는 인식론적 공간이 아닙니다. 그 나라는 정교한 말이나 논증에 따라 좌우되지 않는 나라이며, 다가올 나라임과 동시에 이미 시작된 나라이기도 하기에, 인식론적 제한성으로 부여잡고 있기에는 너무나도 자유로운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하나님 나라가 어떤 묘령의 지역에 국한된 존재론적 공간에만 머물지는 않을 것입니다. 시대를 불문하고 하나님 나라를 살다간 믿음의 선친들이 있어왔듯이, 하나님 나라는 여기서도, 저기서도 어느 곳이건 상관없이 펼쳐질 수 있는 흐르는 바람같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에게는 그의 교회가 하나님 나라였고, 어떤 이들에게는 그의 집이 하나님 나라였으며, 그리고 어떤 이들은 억류된 채로 식구통으로 밀어 넣어주는 주먹밥에서도 변함없는 하나님 나라를 보았습니다. 하나님 나라를 사는 사람들은 그들의 환경이나 조건이 아니라 오직 그들의 맘에 의해 결정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생각’과 ‘마음’은 구분되어야 할 것입니다. 생각은 머리이며, 마음은 가슴입니다. 생각이 다르면 가슴을 나눌 수 없지만, 가슴을 열면 생각은 그저 생각일 뿐, 그것이 나누고 섬김에 있어서 어떤 장애가 되지 않습니다. 가슴을 열면 누구도 친구가 될 수 있으며, 모든 것에 마음을 열고, 푸르러질 수 있는 이들은 찬송 가사처럼 그 어디나 하늘나라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 마음은 애써 지키려 할때 지킬수 있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버리려할 때 지킬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처럼 모든 것을 버릴 때에 비로소 완성될 나라이기에, 버리셨던 그 맘을 닮는 이들이야 말로 참 그리스도인일 것입니다. 참으로 신비롭습니다. 아직 아니긴 하지만, 우리가 이미 그 나라로 만날 수있다는 것이 말입니다. <2004.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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