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 레오의 사순절 설교 묵상-31
사랑의 절정, 십자가
이 십자가는 죽음이 짊어지고 있는 모든 부채負債에 전혀 해당되지 않으신 그리스도 안에서 죄에 대한 벌이 아니라, 세상의 구원이 된 것입니다. <大 레오>
멜 깁슨이 만든 "The Passion of The Christ" 가 국내에서도 개봉되었습니다. 그 영화를 만든 멜 깁슨은 십자가에 못박히신 주님의 모습을 가능한 여과없이 생생하게 재현하고자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화면을 메우는 장면마다 예수님의 피로 붉게 물들고, 보는 이로 하여금 고통스런 예수님의 몸과 마음을 고스란히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였습니다. 겟세마네에서 기도하시던 예수님을 휘몰아 치던 절망의 고통을 우리가 어찌 이해할 수 있겠느냐마는, ‘이 잔을 내게서 옮기옵소서’라고 기도하셨던 예수님의 모습을 떠올릴 때면 처참한 죽음 앞에 선 한 인간의 극악한 공포심을 우리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게 됩니다.
신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 한 교수님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예수님이 만약 늙어서 죽었다면 여러분의 구세주가 될 수 있습니까?”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아니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예수께서 흘리신 피, 즉 ‘보혈의 공로’로 우리는 구원 받을 수 있다고 한결같이 교수님께 대답하였습니다. 교수님은 다시 질문을 던졌습니다.
“왜 예수님의 피로 구원을 받는다고 생각합니까?”
“그분이 속죄양이 되셨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대답했습니다.
교수님은 그 학생에게 재차 질문 합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하시기 전에, 사람들을 만나 ‘네가 구원받았다, 오늘 이 집에 구원이 있다’고 선포하신 것은 무엇입니까?”
“................... ”
다소 잠잠한 상태에서 웅성대는 틈을 타서 교수님이 다시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이 공생애 기간 동안 보여주신 모습만으로도 우리 주님으로서 충분하지 않습니까? 십자가를 제외하고라도 말이죠”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초보적인 수업시간이었습니다만, 당시에 제가 받았던 충격은 적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보혈’에만 집중된 제 신앙에 뭔가 빠져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예수께서 공생애 기간 동안 선포하신 수많은 구원 사건에는 그다지 큰 가치를 두지 못했던 모습이 오히려 회개해야 할 조건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 후로 십자가 사건과 더불어 사람들을 만나 구원을 선포하신 예수님의 모습에서 구원의 모든 필요충분 조건을 보았습니다. 다시말하면 예수께서 공생애 기간을 통해서 보여주신 그분의 ‘삶’만으로도 “예수님은 그리스도다”라고 고백하기에 충분해진 것입니다. 많은 이들과 만나 자신을 희생하고 참된 자비심을 보여주신 그분의 모습이야말로 우리에게 구원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참 그리스도의 모습이었다고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죽기 ‘까지’ 우리를 사랑해 주신 분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만이 우리를 사랑한 표현이 아니라, 예수님의 삶 자체가 사랑이요 자비였으며, 그 사랑의 절정이 바로 십자가 사건이었습니다. 사랑을 표현해 주시되, 죽으시면서까지 사랑을 표현해 주셨다는 말입니다.
예수께서 절망으로 신음하는 사람들을 만나셨을 때에 그들의 모습에 애달픈 마음으로 사랑해주셨다면, 십자가에 달려 계시면서도, 자신을 죽이는 이들을 위하여 “아버지여 저들을 용서하여 주소서”라고 하신 기도는 얼마나 처연하고도 숭고한 사랑이었겠습니까. 변화산에서 제자들에게 보여주신 하나님 영광이 아름답고 빛나는 것이라면, 십자가에서 강도에게 약속하신 낙원은 또한 얼마나 영롱한 하나님의 영광이었겠습니까. 이처럼 주님의 십자가 사랑은 무한한 사랑의 가능성을 열어 놓아주신 사건이었습니다. 주님은 '끝까지' 사랑한다 하셨지만, 그것은 결코 끝이 아닌 사랑이었으며, 끝임과 동시에 새로이 겉잡을 수 없이 일어났던 사랑의 불이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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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절 전에,
예수께서는 이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가야 할 때가 된 것을 아시고,
세상에 있는 자기의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셨다.
[요한복음 13장1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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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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