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 레오의 사순절 설교 묵상-28
기도하는 마음
사실 우리는 그분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그분을 통해서야 모든 본분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명령하셨다면 그것은 우리가 명령하시는 분에게 도움을 청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大 레오>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님 제자들의 모습은 한결같습니다. 옳고 곧은 모습으로 한결같았으면 좋으련만, 그들은 선택받은 자의 모습에 합당치 못한 모습으로 불평과 교만 그리고 무지와 배신으로 일관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들의 이런 모습을 보면 예수께서는 왜 하필 그런 이들을 선택하셨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예수께서는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셨던 "대화의 달인"이라 해도 무방하신 분일진데 어쩌다가 그런 이들을 제자로 부르셔서 갖은 낭패를 겪으셔야 했을까 싶습니다. 12명의 제자 모두에게 인간적인 배신감을 느끼기도 하였고 그 끝을 알 수 없는 무지한 제자들의 모습에 혀를 내두르기도 하셨으며 가룟지방 출신의 유다에 의해 짐승처럼 팔려가는 사나운 꼴을 당하시기도 하였습니다.
그러한 일련의 답답함의 연장속에서, 우리 주님은 어떻게 그들을 끝까지 사랑하셨고 어떻게 그들을 버리지 않고 한 배에 동승한 채로 부활의 새벽으로 건너갈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주님의 눈물 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 주님은 하나님 위에 올라앉아 폭거의 칼날을 휘두르던 이들에게는 부릅뜬 눈을 하고 서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으셨지만, 소조히 살아가는 마음 가난한 이들에게는 자비의 눈으로 다가서신 분이십니다. 곧 흘러내릴 것 같은 송아지 눈을 하고 서신 그분의 마음은 우리가 가늠할 수 없는 사랑과 자비가 폭포를 이루는 하염없는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또한 예수께서는 언제나 기도하시기를 잊지 않으셨는데 그 기도는 절망으로 엄습하는 현실의 장벽을 넘어서려는 의지의 눈물이요, 동시에 희망을 예감하는 환희의 눈물이었을 것입니다. 다시말하면 그분의 기도는 눈물과 뗄 수 없는 관계였던 것입니다.
시인은 노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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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디밭에 쓰러진
분홍색 상사화를 보며
혼자서 울었어요
쓰러진 꽃들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라
하늘을 봅니다
비에 젖은 꽃들도
위로해주시구요
아름다운 죄가 많아
가엾은 사람들도
더 많이 사랑해주세요
보고 싶은 하느님
오늘은 하루 종일
꼼짝을 못하겠으니
어서 저를
일어켜주십시오
지혜의 웃음으로
저를 적셔주십시오
[작은 위로 / 이해인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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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주님의 마음은 이런 마음이 아니었을까요? 예수께서도 시인의 마음처럼 무너진 꽃잎을 보며 어찌할 바를 몰라
하나님을 찾았던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사람을 사랑하셨기에 그토록 사람에 대한 기대를 걸고 아낌없는 애정을 다하셨음에도 끝끝내 배신의 뒷걸음질을 치는 제자들의 모습을 보시며 쓰러지는 마음을 들킬새라 도리어 담담하게 끌려가셨던 예수 그리스도.
우리도 때로는 무심코 지나치던 일상으로 인해 도리어 가슴아파하며 어찌할지 알 수 없을 때가 있을 것입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함께 웃으며 지내던 이로부터 칼날같은 비수의 말을 들을 때도 있을 것입니다. 당연한 현상으로 여겼던 잘잘한 일들이 우리의 가슴을 쾅하고 내리 때려 그로 인해 심한 죄책감을 갖을 때도 있을 것입니다. 스스로 던지는 크고 작은 물음들을 맞대하고 섰을 때, 어디서 지혜를 구하며 어디서 하소연을 해야할지 알 수 없을 때, 우리는 시인 처럼 "보고 싶은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시인이 중보기도하는 "아름다운 죄"가 아니라 "추한 죄"라 고백할 수 밖에 없는 우리들이지만, 내 몸 하나 건성하기도 힘든 초라한 인생을 살고 있지만, 하나님 없이는 안심할 수 없다는 솔직한 마음 하나만 들고서 그분 앞에 나아가 앉습니다. 비록 우리의 기도가 주님의 기도는 아닐지언정 우리도 언젠가는 이러지 않을 수 있겠지요. 하나님? 보고 싶은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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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중에 어떤 사람이 지혜가 부족하면,
모든 이에게 기꺼이 베퓌고 나무라시지 않는 하나님께 청하시오 .
그러면 받을 것입니다.
[야고보서 1장5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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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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