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 레오의 사순절 설교 묵상-26
우주적 그리스도
그리스도 안에 있는 이 두 가지 본성 은 한 위격을 이룹니다. 하나님의 아들이시며 동시에 사람의 아들이신 그분께서 한 주님으로서 종의 조건을 받아들이신 것은 어떤 필연의 법칙 때문이 아니라 그분의 자애심 때문이었습니다. <大 레오>
사순절이 되면 그리스도인들은 주님의 고난에 더욱 집중하게 됩니다. 2천년전 그분의 죽음은 오늘을 살아나가는 형제자매들의 마음에 생생히 재연되어서 그분의 아픔과 고통을 마음으로나마 공감하여 헛된 우리의 모습을 자정하는 때가 바로 지금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인간이 받을 수 있는 말로다 할 수 없는 치욕과 고통을 당하시면서도 끝까지 용서와 자비의 마음을 잃지 않으신 분이십니다. 그것은 참 인간 의 울부짖음이었고, 참 인간의 절망임에 분명합니다. 오늘도 그분의 죽음 앞에 우리 모두가 한 마음으로 십자가를 떠올리는 것은 십자가는 그분이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었던 사랑과 자비의 절정이었음을 고백하기 때문입니다.
때때로 예수께서는 하나님의 권능을 그대로 보이시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그분은 하나님 이라 불렀습니다. 아니 ‘하나님’이라 부르지 않고서는 달리 표현할 방도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분 안에서 나오는 신성은 사람을 살리고, 자연을 다스리는 초자연적인 능력 이상이기에, 그러한 존재자를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던 ‘신적 존재자’로서 고백하였습니다.
예수님 당시에 사람들은 ‘하늘 / 땅 / 땅속’이라는 삼층적 세계관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습니다. 우리의 육안으로 파악될 수 있는 저 하늘 어딘가에 천상의 존재들이 존재한다 믿었고, 그 천상의 존재는 과연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를 토론하였다고 합니다. 이런 세계관에 살고 있던 예수님 또한 시대적인 제한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분은 오늘날 인간의 과학적 결과물들을 상상도 하지 못하셨을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어떤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존재성은 2천년 전에만 의미가 있다고 말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오늘날에도 유의미하기엔 과학적 진보가 너무 많이 앞서 있다는 주장입니다. 그래서 비록 예수께서 신적인 존재라 할지라도 그것이 과연 오늘날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줄 수 있겠느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예수’라는 역사적 이름과 ‘그리스도’라는 고백적 언명을 함께 붙여 ‘예수 그리스도’라고 부르는 이유는 ‘참 인간이요 참 하나님’vere Deus vere Homo이라 했던 고대 그리스도교에서 합의된 결론을 단순한 차원에서 동어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수가 그리스도’시라는 고백은 경직된 고백이 아니라 오늘날의 인류에게도 시공을 초월하여 생생히 살아있는 고백 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대의 유대인들이 지구를 만드신 하나님을 창세기에서 고백했다면, 변화된 우주론에 입각한 우리로서는 온 우주를 창조하신 보다 더 광대하신 하나님으로 고백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삼층적 세계관에 살고 있었던 고대의 사람들이 예수님을 ‘참 인간, 참 하나님’이라 불렀다면, 이 작고 아름다운 푸른 점은 훨씬 더 광대한 우주의 일부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그분을 ‘우주적 그리스도’ 라고 달리 명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주적 그리스도는 2천년전 유대땅에만 머무시는 분이 아니고, 육안으로 파악할 수 없는 미세한 생성과 소멸이 공존하는 마이크로 코스모스 안에도 코페르니쿠스, 브르노, 그리고 갈릴레오의 관심이었던 광활한 매크로 코스모스 넘어에도 분명 다차원의 신비로서 존재하실 것입니다.
이처럼 오늘을 사는 우리가 고백하는 우주적 그리스도는 그 옛날 유대땅 백성들에 의해 소개된 그리스도를 훌쩍 뛰어 넘습니다. 우리와 만나시는 그분은 적색 구원의 은총만을 주시는 분이 아니라 형형색색의 찬연한 은총으로 새로이 오시는 분이십니다. 그리고 그 의미의 정점엔 육신을 입고 오셨고, 발을 씻기셨고, 십자가를 지셨던 것처럼 겸손과 자비가 언제나 자리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우주적 그리스도로 인해 받은 구원의 빛깔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보다도 훨씬 선명하고 신신한 향기를 내며 그 향기로 숨쉬고 살아있으라는 정언명령을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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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에 있는
모두가 입을 모아 예수 그리스도가 주님이시라 찬미하며
하나님 아버지를 찬양하게 되었습니다.
[빌립보서 2장10-11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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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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