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다급한 목소리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이웃해 있는 집으로 가 보았습니다. 두 사람이 술에 취해서 소리를 고래 고래 지르고 막 치고 박고 싸움을 할 판에 걸려 온 전화였던 것입니다. 술에 취했지만 저를 알아보고는 다소 움찔한 두 사내(참으로 다행입니다. 저를 알아 보았으니 말입니다).
서로의 입장을 나열하는 말들로 다시 혼선을 빚을 무렵, 한 사내가 끝내 울음을 터뜨립니다. 얘기를 듣고 달래는 동안 밖에 지나가는 차 소리에 괜히 제가 더 예민해 집니다. 누구라도 경찰을 불렀을까봐 조마조마 했던 것이지요.

한참을 달래주고 돌아와 하던 설교 준비를 위해 자리에 앉았는데, 문득 회개하는 맘으로 절절해 집니다. 일주일 노동에 토요일 하루는 온전히 설교 준비를 하고 싶었지만, 아침부터 걸려 오는 전화와 찾아 오는 사람들로 인해 시간을 제대로 보내지 못했던 터라 그 시간의 전화 역시 약간 짜증난 채로 받았던 거였으니까요. 걸려 온 목소리와 이름을 그리고 내용을 들으면서 "또 시작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그 짧은 시간에 과거의 그를 한눈에 훑고는 "판단"해버리는 몹쓸 짓을 저지르고 만 것입니다.

게다가 정해 놓은 내일 설교 제목은 "Why should we repent?"였고, 그 때까지 써놓은 마지막 문장이 "So we need to know repentance begins with the recognition that life is moving in the wrong direction - no matter how long we have been doing it, no matter how many others may be doing the same thing, no matter how contented we are with our situation." 그러니까 회개에는 지금까지 어떠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란 얘기를 장황하게 써 놓구선, 걸려 온 전화의 그 목소리에다가는 "지금까지 이러구선 또?"라고 재갈을 물려 버린 것이었습니다.

다시 또 나가봐야 할 시간입니다. 어찌 되었는지 간격을 두고 확인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발 아무 일 없기를....

그리고 그들을 대하는 나의 시선과 목소리에 사랑이 조금이라도 묻어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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