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녁 식탁에 둘러 앉는 시간은 아이들과 대화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간입니다. 오늘 대화에서 첫째 아들 건이가 하는 말이, "아빠, 칠학년이 한 백명 쯤 되는데요, 그 중에서 이번에 써머 스쿨을 듣지 않으면 다시 칠학년으로 유급되는 아이들이 사십 명이 넘는대요."

친한 친구 중에도 그 중에 속하는 아이가 있다고 껄끄럽게 꺼내는 말을 통해서 아이의 마음을 읽습니다. 대충은 알고 있는 현실이지만 이 정도가 될 줄은 잘 몰랐습니다. 그저 무사히 학교에 잘 다녀주는 것만으로 감사할 일이다 싶었지만 열학한 환경 속에 아이가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말이었습니다. 저도 학부모 아닙니까?

때때로 아이를 멀리 다른 도시로 유학을 보낼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아니 가깝게는 미션... 센터가 있는 플랙스탭에 있는 학교로 보내면 어떨까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보기도 하지만 그 때 마다 아이들이 반대를 하고 나섭니다. 이유야 가지 가지였지만, 어찌했던 우리 아이들에게는 이 호피 땅이 서럽도록 정이 들어버린 그런 곳인 까닭이었습니다. 대견스런 아이들... 내가 저만했을 때는 어땠는가 생각해보면 아이들은 다시금 제 스승으로 커다랗게 이 호피 마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하루 종일 들에 나가 일을 했습니다. 나무에 물을 대는 관계시설 배관 작업을 하고 왔습니다. 다시 시커멓게 팔뚝이 그을려서 왔지만, 돈 한푼 받는 것도 아닌데 나를 도와 열심히 일해 준 우리 교회 폴 예스떼와 아저씨와 지금 그가 처한 상황을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새신자로 처음 교회에 왔던 투박한 그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를 위한 기도로 하루를 마감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합니다. 지금은 선교지의 일만으로도 벅찬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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